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생략

■3층 찾는 데 30초…필름 한 장에 막힌 점자 읽기

서울 관악구 봉천역 지하 1층과 지하 2층을 잇는 내부 승강기. ‘내려감’ 버튼 위를 헤진 항균필름이 덮고 있다. 조씨와 김씨에게 지하 2층으로 이동해보길 부탁했다. 조씨는 20초 정도 손으로 판넬을 쓸다가 버튼을 찾았다. 10년 이상 점자를 익혀서 웬만한 점자는 “만지자마자 아는” 수준이지만, 이번에는 ‘감’으로 눌렀다. “오래 이용한 역이니 버튼 위치를 기억해 겨우 찾았어요. 이게 정말 내려감 버튼인지 점자로 판단하기는 힘들어요.” 김씨는 실수로 역무원 호출 버튼을 누르는 등 애를 먹었다. 김씨는 “위아래로 쓰다듬으며 버튼을 찾다가 잘못 눌렀다. 점자 자체가 작은데 항균필름까지 붙어 있으니 더 어렵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은 항균필름 너머로 점자가 있다는 것은 느껴지지만, 글자를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점 하나 차이인 ‘지하 1층’과 ‘지하 2층’을 구분하기가 힘들다. 김씨는 “지하철 승강기는 그나마 버튼이 적고 구조가 단순하지만, 고층 빌딩 같은 곳에선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은 고층 빌딩에서 훨씬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날 서울 관악구의 20층 높이 주상복합 빌딩 승강기를 찾았다. 지하와 열림·닫힘 포함 23개 버튼이 세 줄로 늘어서 있었다. 두꺼운 항균필름이 그 위를 덮었다. 기자가 만져봐도 서로 다른 점자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조씨는 3층 버튼을 찾는 데 30초가 넘게 소요됐다. 전체 판넬을 쓰다듬다가 13층과 3층을 계속 고민했다. 승강기를 너무 오래 잡아둬서 ‘삐 삐’ 경고음이 울렸다. 조씨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점자 ‘3’ 앞에 점 하나가 더 있으면 ‘13’이 된다. ‘3’은 점자 2개로 표현되는데 점이 2개인지 3개인지도 헷갈렸다”며 “모양이나 개수를 한번에 알 수 없으니 당황했다”고 말했다. 항균필름의 상태에 따라서도 촉지 감각이 크게 달라진다. 김씨는 “굉장히 많은 사람이 눌러서 헤져 있었다. 관리라도 잘 돼 있었다면 나았을 텐데, 버튼의 종류라든가 기능을 순간적으로 혼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책 도입 전 ‘모든 상황’에 대한 고려를

개선 노력도 해 봤다. 남 소장은 지난 8월 서울교통공사에 ‘센터 앞 봉천역 승강기 항균필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민원을 넣었지만 거절당했다. ‘점자 스티커’ 등 대안을 재차 문의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남 소장은 “필름을 무작정 없애라기보다는 어떻게든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라며 “이 문제가 우리에게 차별적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정책변화를 만드는 게 우리 일이지만, 정책 도입 과정부터 인권에 대한 인식을 포함하는 게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시각장애인들의 점자 촉지 어려움 문의가 초기부터 있었다. 공사도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아직 대안을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유력하게 꼽히는 대안은 ‘점자 라벨 스티커’다. 경기 부천 해밀도서관은 최근 승강기 버튼에 붙일 수 있는 항균필름 점자 라벨 스티커를 만들었다. 이상희 해밀도서관 관장은 “시각장애인과 같은 소수인의 불편함도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남 소장도 이 스티커를 전철역 등 승강기에 붙여 볼 계획이다.


4c9eqGCzioyosSeoaGOaci.jpg
경기 부천 해밀도서관이 제작한 ‘항균 점자라벨 스티커’. 해밀도서관 제공


http://v.kakao.com/v/20200922110855308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9 거리두기 끝나자 거리로 쫓겨난 반려동물… 한 달 새 동물 유기 30% 늘어 이아름 2022.06.22 0
138 "인플레가 이렇게 무섭습니다"…'3000원숍'으로 바뀌는 日다이소 이아름 2022.06.11 0
137 여고생 상습 성매수’ 30대 교육공무원 집행유예 이아름 2022.05.31 0
136 20개월 아기 성폭행·살해 계부, 징역 30년→무기징역 선고 이아름 2022.05.29 0
135 게임 30000일 정지 레전드 풍엄 2021.04.25 0
134 요즘 2030 분위기 김호연 2021.03.25 0
133 '컴백' 포체티노, 연봉은 100억원…토트넘 시절보다 30억원↓ 김호연 2021.03.19 0
132 남성 30-40대 평균 몸매라는데 ㄷㄷㄷㄷ 김호연 2021.03.19 0
131 30살부터 남자가 갑이 되는 이유? 김호연 2021.03.15 0
130 남자 용변보는 모습 '찰칵찰칵'..30대 남자 실형 김호연 2021.03.03 0
129 유튜브, 여론조작하는 채널 3000여개 삭제, 그중 2946개는 중국채널 김호연 2021.03.02 0
» 3층 버튼 찾는 데 30초..항균필름 '한 장'이 누군가에겐 '큰 벽' 황은빈 2021.02.25 0
127 12월 30일 넷플릭스 종료 예정인 영화들 김호연 2021.02.24 0
126 박규리 한승연 카라 20201230u 김호연 2021.02.19 0
125 이상하게 굳건한 팬층으로 30년 장사하는 라면 김호연 2021.02.19 0
124 "하프타임에 이미 말해줬는데!" 무리뉴가 짚은 최악의 30분 김호연 2021.02.12 0
123 유영 나라 헬로비너스 20201230u 김호연 2021.01.15 0
122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30대, 코로나 사후확진 김호연 2021.01.13 0
121 "연착 책임져" "넌 폐급"...반년간 공사 상담원에 폭언한 30대 유죄 판결 김호연 2021.01.13 0
120 취업 못해 부모와 산다...30대 '캥거루족' 36만명 육박 황은빈 2021.01.12 0

login join us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