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고백과 주장의 차이
2020.08.0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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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편하게 써볼게요. 몇 주 전에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재미없는 영화를 비평하던 저에게 "넌 그렇게 만들지도 못하면서 왜 비평하냐"고 했더니, 비평할 수 있는 기준은 누가 세운거냐면서 그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예술작품은 예술가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아무도 비평을 못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는 겁니다. 자기는 그 때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면서. 아마 그 당시 어디선가 읽고 써먹은 말이었을건데 친구에게는 그 말이 평생 기억에 남아있다고 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취향 고백과 주장은 반드시 분리하여 논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생각이나 견해는 그 사람만의 특질이므로 논쟁할 수 없고, 근거를 들어 주장하는 경우만 따져물을 수 있는데요.
유시민 작가의 말에 따르면 제 글들의 대부분은 취향 고백입니다. 연구자료, 통계 등을 들이밀거나 법칙을 얘기할 땐 주장일 때도 있죠.
유시민 작가의 의도에 따르면 제 글은 거의 주장이고 이로 인해 논쟁이 발생한 글들은 제 근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적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은 케바케 이듯 제 경험도 저의 특질로부터 생성된 뇌피셜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이런 얘기가 누구에게나 통용되지 않는 건 당연할겁니다.
제가 쓰는 글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만약 10억을 버는 법을 알고 있고 그걸 공개할 마음이 있었다면 저는 챕터1부터 10까지 분류해서 유머방 관심을 받아 추천을 받을수도 있을겁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토대로 출판사에게 원고도 돌리고 SNS에도 올려서 책도 내고 팔로우도 빨아먹고 유료 강의도 하겠죠.
하지만 어느 누가 무조건 10억 버는 방법을 알겠습니까. 알아도 얘기나 해줄까요. 제가 아는 것은 세상엔 생각보다 잘못된 상식들이 많다는 것, 그래서 조금만 벗어날 수만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기회들이 우리에게 찾아온다는 것. 이것 뿐입니다. 이런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는지 없는지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작성할 수 있기에 하는 것 뿐이죠.
몇몇 분들은 아실수도 있는데 제가 디매에 글을 쓰는 이유는 글쓰기 연습용 입니다. 제 뇌로부터 나오는 다양한 창작을 활자라는 언어로 새롭게 푸는 연습을 하는 중인데 거짓으로 쓰면 연습이 안됩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과 사랑 정말 감사하지만, ㄷㅅㅂㄱ 댓글 받으려고 구라치면서 글 쓰면 저한테 아무 이득도 없습니다. 몇 번은 새벽 5시까지 술먹고 집에와서 쓴 적도 있네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날은 추천을 좀 더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속도도 느립니다. 실력이 부족해서 최소 1~2시간은 키보드 잡아야 합니다. 지금이야 매일 쓰는 것이 익숙해져서 꾸밈이 줄고 그나마 단순명료해졌다지만, 딱 2주일 전만 해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둥,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했다는 둥의 얘기를 계속 붙여나간 걸 아실겁니다. 그땐 시간이 더 걸렸죠. 이제는 논거가 부족하다는 댓글을 보면 다음 글에는 좀 더 보충도 해보고, 가독성이 안좋다 하시면 좋게도 해보고, 길다 하시면 짧게도 해봅니다(달아주시는 댓글들 정말 공부 많이 돼요 ㅎㅎ).
이렇게 저도 발버둥 치면서 키보드질 합니다. 능력있는 디매분들께서 노력하시면 오죽 잘 되시겠습니까. 승승장구 하실겁니다. 어느분이 제가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룬 것 같이 말한다 하셨는데 제가 진짜 성공한 사람이라면 새벽 5시에 글 안 쓰지 않을까요. 제가 하는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발버둥이죠. 흙수저 출신이라 아직도 메꿀 구멍이 많은 졸장부라고 보시면 됩니다. 유머방은 심심풀이 땅콩이고, 제 글들은 단지 경험을 얘기하는 글 정도로 받아들이신다면 크게 무리는 없으시리라 봅니다. 오늘은 크게 도움이 안되는 글이어서 다음 글에는 또 열심히 정리해서 오겠습니다.
출처:디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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