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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은 5일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성폭력 사건 피해자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두고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됐다. 발언의 부적절성을 놓고 야당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졌지만 이 장관은 사과를 하지 않고 버티다 파장이 커지자 뒤늦게 사과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내가 학습도구냐"며 격하게 분개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소요되는 838억원의 비용이 성추행 피해자에게 미칠 영향을 성인지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 있는가’라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국가에 굉장히 큰 새로운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서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 장관의 인식에 당황한 윤 의원이 “학습비라는 것이냐”고 되묻자, 이 장관은 “그건 아니지만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가 받을 2차 피해는 고려하지 않은 채 ‘학습기회’로 못박은 것이다.



그러자 윤 의원은 재차 “박원순, 오거돈 사건이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냐 아니냐”고 이 장관을 추궁했다. 이에 이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의 죄명을 명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 장관은 지난 8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질문에 끝내 답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 의원은 “기본적 질문에도 답을 못하는 분이 대한민국의 여성가족부 장관이 맞느냐”며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의 편에 서서 문재인 정부를 욕되게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성폭력 피해 문제가 정쟁화 되는 것은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선거와 결부되면 과잉 정쟁이 될 확률이 높다”고 본인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종일 비판이 이어졌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권력형 성범죄가 초래한 보궐선거를 두고 여가부 장관이 사실상 두둔에 가까운 궤변을 하고 있다"며 "여가부 장관이 심기를 살펴야 하는 것은 집권 여당이 아니라 피해 여성과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 여성들"이라고 성토했다.



이 장관 발언 사실을 접한 오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는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를 통해 "오거돈 사건이 집단학습 기회이면 나는 학교 교재냐"면서 "내가 어떻게 사는지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따위 말은 절대 못 한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피해를 주기 싫어 악착같이 멀쩡한 척하면서 꾸역꾸역 살고 있는데 여성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내 인생을 수단 취급할 수 있는가. 오늘 또 무너졌다"며 "영상을 보고 너무 충격받고 역겨워서 먹은 음식을 다 게워내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발언이 일파만파하자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예결위 답변에서 “성인지 교육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에 압도돼 그런 표현을 한 것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했지만 오해 소지가 있었다. 피해자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469&aid=000055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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