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피플'에서 선정한 재즈역사를 빛낸 100장의 명반, 그 마지막회! 67~100장! ‘재즈피플이 선정한 재즈명반 100선’은 ‘월간 재즈피플’ 편집부가 선정한 재즈명반으로 2013년 가을에 1차로 500여장을 선정하고 여기서 몇 번의 선정 과정을 거쳐 100장을 선정한 결과이다. (편집자 주)

67. Miles Davis (마일즈 데이비스) - [Birth Of The Cool] (Capitol, 1949)

고향을 떠나 뉴욕에 입성 한 후 찰리 파커와 함께 하면서 모던 재즈의 맹주가 되어 가지만 마일즈 데이비스는 디지 길레스피와는 다른 노선을 걷는다. 이를 확연히 보여주는 녹음이 ‘버드’(찰리 파커의 별명)에게서 독립한 후 녹음한 'Birth Of The Cool' 세션이다. 당시 클로드 손힐 빅밴드에 있던 제리 멀리건(바리폰 색소폰, 편곡), 길 에반스(편곡)와 의기투합한 9중주로 다양한 관악기가 극적으로 들리게 편곡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다. 당시 마일즈는 20대 초반(1926년 생)이었지만 밴드의 리더이자 트럼페터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내고 있다. 1949년 1월과 4월, 1950년 3월 3차례에 걸쳐 녹음이 이루어 졌다.

68. Miles Davis (마일즈 데이비스) - [Steamin'] (Prestige, 1956)

재즈계 스타일리스트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은 시대별, 레이블별로 많은 변화를 보이기 때문에 베스트 앨범 한두 장으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재즈명반 100선에서도 가장 많은 앨범이 선택된 아티스트이다. 앞서 소개된 [Birth Of The Cool] 이후 마일즈의 50년대 앨범 중 꼭 챙겨야 할 타이틀은 재즈계에 유명한 '프레스티지 마라톤 세션'이다. 당시 재즈를 대표하는 연주자들(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데이브 브루벡 등)은 메이저 음반사인 콜롬비아 레코드 소속이 많았다. 마일스는 녹음 조건이 좋지 않던 밥 와인스톡의 프레스티지 레이블에서 콜롬비아로 옮기려고 하는데 계약상 4장의 앨범이 남아 있어 이를 마일즈 만의 방식으로 해결한다.

69. Miles Davis (마일즈 데이비스) - [Workin'] (Prestige, 1956)

(이어서) 마일즈 데이비스는 당시 최강 멤버인 존 콜트레인(테너 색소폰), 레드 갈랜드(피아노), 폴 채임버스(베이스), 필리 조 존스(드럼)와 함께 1기 퀸텟을 이끌고 있었는데 이들이 연주한 재즈 스탠더드는 지금도 고전 중의 고전으로 남아 있다. 1956년 5월 11일과 10월 26일 이틀간의 연주를 묶어 발표한 4부작 [Cookin'] [Steamin'] [Relaxin'] [Workin']은 어느 곡 하나 처지지 않고 모두 우수하다. 특히 트럼펫 앞부분에 약음기를 대로 연주하는 뮤트 사운드는 뜨거운 하드밥과는 달리 정갈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블루노트에서도 녹음한 발라드 'It Never Entered My Mind'는 비교 감상해도 좋을 듯.

70. Miles Davis (마일즈 데이비스) - [Round About Midnight] (Columbia, 1956)

콜롬비아로 이적해 발표한 첫 앨범으로 마일스 데이비스 1기 퀸텟 멤버들이 그래도 참여하고 있다. 녹음 환경이 바뀐 상황에서 맘껏 연주를 펼치는데 델로니어스 몽크의 'Round About Midnight'를 타이틀로 하고 있다. 마일스는 찰리 파커 퀸텟 시절부터 이곡을 즐겨 연주해 작곡자인 몽크보다 마일스의 연주가 더 유명할 정도이다. 리마스터링을 거친 2005년 재발매 앨범에는 CD 하나가 추가되는데 추가 CD 첫 곡으로 델로니어스 몽크가 같이 연주한 1955년 '뉴포트재즈페스티벌' 실황이 실려 있다. 이후 마일스 2기 퀸텟을 재정비해서도 이곡은 즐겨 연주한다.

71. Miles Davis (마일즈 데이비스) - [Kind Of Blue] (Columbia, 1959)

마일즈 데이비스의 대표작을 한두 장으로 추릴 수 없다고 앞서 말했는데 그래도 1장만을 고른다면 어떤 타이틀이 될까. 많은 재즈 마니아들이 [Kind Of Blue]를 꼽을 것이다. 왈츠가 가진 우아한 느낌이 모달(Modal)이라는 신선한 양식으로 연주되는 'All Blues'와 인상적인 전주를 가지고 있는 'So What'은 언제 들어도 신선하다. 'All Blues'는 빌 에반스(피아노)와 지미 콥(드럼)이 도입부를 장식한 후 좌우로 선명하게 나누어 들리는 캐논볼 애덜리(알토 색소폰)와 존 콜트레인(테너 색소폰) 사이를 수놓는 차분히 등장하는 마일즈 데이비스(트럼펫)의 연주가 무척 인상적인 곡이다.

72. Miles Davis (마일즈 데이비스) - [Bitches Brew] (Columbia, 1969)

마일즈 데이비스는 분류법이 매우 다양한 연주자이다. 아마 시기와 편성에 따라 연주 색깔이 다르고 이는 또한 재즈에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10년 단위로 녹음된 앨범 3종 (49년 [Birth Of The Coo], 59년 [Kind Of Blue], 69년 [Bitches Brew])으로 나누는 법과 제 1기 퀸텟, 제 2기 퀸텟으로 나누는 방법, 그리고 비밥, 쿨재즈(모달), 퓨전 재즈 등 스타일별로 나누기는 여러 방법이 있다. 1963년~68년까지 활동하는 마일즈 2기 퀸텟에 신예 연주자들을 받아 드려 일렉트릭 사운드를 구현한 [Bitches Brew]는 퓨전재즈의 효시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의 선택은 신이 한 수가 아닐 수 없다.

73. Modern Jazz Quartet (모던 재즈 쿼텟) - [The Complete Last Concert] (Atlantic, 1974)

모던재즈쿼텟(MJQ)의 연주는 호불호를 떠나 가장 이상적인 사운드를 구현해 낸 팀으로 평가된다. 리더인 존 루이스는 바로크(바흐) 음악을 중심으로 클래식과 재즈의 만남을 앞장 서 실천한 피아니스트로 비브라폰에 밀트 잭슨, 베이스에 퍼시 히스, 그리고 드럼에 코니 케이와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걸었고, 그 길은 지금도 그대로다. 1951년 첫 녹음을 시작으로 멤버 변동이 조금 있지만 1974년 밀트 잭슨이 탈퇴할 때까지 지속된다. 1974년 11월 25일 뉴욕 에버리 피셔 홀에서 가진 고별 공연 실황으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소풍스런 연주이다. 그러나 1981년 재결성을 해 1988년까지 활동을 이어간다.

74. Ornette Coleman (오넷 콜맨) - [Free Jazz] (Atlantic, 1960)

오넷 콜맨은 찰리 파커나 마일즈 데이비스 등 재즈계 거인들과 동일한 무게를 지니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대중적이지 못한 프리 재즈 연주를 선 보였기에 재즈 팬들에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는 일단 기존에 지배되어 온 절대적인 코드라는 양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기틀을 마련하였다. '돈 체리-오넷 콜맨-찰리 헤이든-빌리 히긴스'로 이루어진 쿼텟에 '프레디 허바드-에릭 돌피-스콧 라파로-에드 블랙웰' 쿼텟이 더해져 함께 집단적인 즉흥연주를 펼치는 그야말로 프리재즈의 결정반이다. 당시의 재즈 팬들이 오넷 콜맨의 프리 재즈를 소화하고 재즈의 주류로 인정했다면 지금의 재즈는 다른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다.

75. Ornette Coleman (오넷 콜맨) - [At The 'Golden Circle' Stockholm, Volume One] (Blue Note, 1965)

1960년대의 재즈계에 프리 재즈의 강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오넷 콜맨의 1965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클럽 ‘골든 써클’의 라이브 실황앨범. 전통적인 재즈어법을 거부하고 전혀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는 이 앨범은 프리 재즈가 미국보다 오히려 유럽에서 큰 반응을 얻었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모던 시대 재즈는 어찌되었든 주제부에 제시된 코드를 기본으로 변주되는 반면 오넷 콜맨은 이에 구애받지 않고 악기 간 조성(Key)에 대한 약속도 정해두지 않았다. 관객들의 열띤 반응과 자유로운 연주를 마음껏 펼치는 뮤지션들의 열정이 담겨져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오넷 콜맨의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76. Oscar Peterson (오스카 피터슨) - [We Get Request] (Verve, 1964)

드럼 대신 기타와 트리오를 결성해 인기를 얻은 선배 냇 킹 콜의 영향으로 오스카 피터슨도 이런 편성을 한 동안 즐겨했다. 그 중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We Get Requests]는 타이틀처럼 팬들의 리퀘스트를 받아 연주한 앨범이다. 오스카 피터슨의 정감 있는 피아노 연주와 레이 브라운의 중후한 베이스, 에디 틱펜의 안정감 있는 드럼 연주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유명 스탠더드와 함께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보사노바 곡 'The Girl From Ipanema', 'Corcovado'도 연주하고 있다. 재즈 초보자들의 필청 음반으로 손꼽힌다.

77. Pat Metheny (팻 메스니) - [Secret Story] (Geffen, 1992)

팻 메스니가 ECM 활동을 정리하고 게펜 레이블로 옮긴 후 발표한 그룹과 다양한 편성의 앨범은 한 아티스트가 보여 줄 수 있는 최대의 모습이라 본다. [Song X]를 시작으로 게펜 레이블 시절 발표했었던 앨범들이 2007년 [Remasters From The Vault]라는 시리즈로 재발매 되었는데 그러면서 제작 당시 아쉽게 제외되었던 5곡의 미공개 트랙이 새로이 추가되었다. 정규작 첫 곡 'Above The Treetops'처럼 어쿠스틱 기타가 강조된 곡을 시작으로 그룹보다는 개인적 감성에 충실한 곡이 지배적이다. 기타로 어떤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남 다른 재주를 타고난 팻 메스니의 90년대 역작 중 하나이다.

78. Pat Metheny Group (팻 메스니 그룹) - [The Way Up] (Nonesuch, 2005)

팻 메스니가 솔로, 트리오, 오케스트리온, 유니티 그룹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용하고 있지만 PMG(팻 메스니 그룹)는 멈춘 지 오래되었다. 그 마지막이 [The Way Up]으로 개인적 감상의 차이는 있겠지만 2000년대 나온 앨범 중 단연 최고작이란 생각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그동안 팻 메시니가 보여준 폭 넓은 사운드와 멤버의 특징을 살린 연주, 그리고 하나의 모티브를 발전시키는 그만의 만듦새는 30년 음악 인생이 총 집약된 앨범이 아닐 수 없다. PMG 전통대로 팻 메스니와 라일 메이스가 작, 편곡을 함께하고 있으며 하모니카 연주자 그레고르 마레와 참여는 앨범에 화룡점정이기도 하다.

79. Paul Chambers (폴 챔버스) - [Bass On Top] (Blue Note, 1957)

베이시스트가 리더작을 낸다는 것은 예나지금이나 매우 드문 일이지만 블루노트 전담 베이시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폴 채임버스는 몇 장의 리더작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명연으로 평가 받고 있다. 드럼과 함께 만들어내는 일관된 리듬은 강력한 비트가 되고, 명료한 베이스 워킹(피치카토)은 관악 솔로 주자들에게 영감을 준다. 이런 베이시스트 본연의 임무를 가장 잘 소화해 낸 연주자가 폴 챔버스이다. 레이 브라운과 샘 존스도 있지만 솔리스트로서 카리스마를 보여준 베이시스트는 폴 챔버스가 대표적이다. 첫 곡으로 흐르는 'Yesterdays'에서 전통적인 베이스 연주 방식이 아닌 활로 켜서 연주하는 보우닝 주법을 구사하고 있기도 하다.

80. Paul Desmond & Gerry Mulligan (폴 데스몬드 & 게리 멀리건) - [Two Of A Mind] (Rca Victor, 1962)

쿨재즈를 상징하는 'Take Five'는 연주자를 뛰어 넘어 재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대표곡 중 하나이다. 인상적인 멜로디와 5박자로 연주되는 독특한 리듬이 누구라도 한번 들으며 따라 흥얼거리게 하는 마력이 있다. 이 곡이 발표된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멤버이자 작곡자인 폴 데스몬드가 바리톤 색소포니스트 게리 멀리건과 함께 한 피아노 없는 쿼텟 연주이다. 즉흥성이 강조될 밖에 없는 재즈에서 선율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오히려 더 중요하고 강조되어야 할지 모른다. 'All The Things You Are'를 시작으로 알토와 바리톤 두 색소폰이 나누는 선율은 재즈 앙상블의 정점이 아닌가 한다.

81. Ray Brown (레이 브라운), Barney Kessel (바니 카셀), Shelly Manne (셜리 맨) - [The Poll Winners] (Contemporary, 1957)

60년대 후반 퓨전 붐이 불면서 기타리스트의 역할이 많아 지지만 50년대에도 탈 팔로우, 허브 엘리스, 바니 케셀 등은 많은 사랑을 받으며 리더작으로 발표한다. 그 중 바니 케셀은 뛰어난 웨스트코스트 재즈 앨범을 여러 장 녹음 했는데 특히 셜리 맨(드럼), 레이 브라운(베이스)와 함께 '다운 비트', '플레이보이', '메트로놈' 등 잡지에서 선정하는 악기별 우수 연주자에 선정된다. 1956년 선정된 이 3명을 기획으로 'Poll Winners'라는 트리오를 결성하여 일련의 웨스트코스트 풍의 앨범을 녹음하는데 첫 번째 결과물이다. 수상의 기쁨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우아하고 유쾌한 정서가 가득하다. 다음해 [The Poll Winners Ride Again!]가 나오기도 한다.

82. Red Garland Trio (레드 갈란드 트리오) - [Groovy] (Prestige, 1957)

전직 복싱선수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레드 갈란드의 리더 앨범. 레스터 영과 오랜 세월 함께 한 후, 마일즈 데이비스 그룹에 합류 해 명연을 남긴 피아니스트로 강력한 리듬을 만들어 내면서 솔로 주자와의 인터플레이에서도 민첩하게 반응하는 피아니스트로 정평이 나 있다. 기라성 같은 거장들과의 협연이 유명해 리더작은 숨겨진 편이지만 폴 채임버스(베이스), 아트 테일러(드럼)와 이룬 트리오 연주는 피아노 트리오의 전격 연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심한 듯한 전주 이후 등장하는 레드 갈란드의 피아노 솔로가 인상적인 듀크 엘링턴의 'C-Jam Blues'와 슬로우 넘버 'Gone Again'는 그의 교과서와 같은 연주이다.

83. Sarah Vaughan (사라 본) - [Sarah Vaughan With Clifford Brown] (EmArcy, 1954)

스승이자 자신을 이끌어 준 빌리 엑스타인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보컬리스트라 극찬을 아끼지 않은 사라 본. 재즈 보컬이 스윙시대에 화려한 꽃에 머물렀다면 모던 시대에는 비밥 프레이즈를 받아 드려 하나의 악기로 승화되는데 그 주역 중 하나가 사라 본이다. 50~60년대 엠알씨, 머큐리, 룰렛 레이블을 통해 자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데 그 중 대표작이 클리포드 브라운과 함께한 본 작이다. 사라 본의 과감한 스캣이 클리포드 브라운의 트럼펫으로 인해 날개를 단 듯 화려한 비상을 하고 있다. 클리포드 브라운은 이후 같은 컨셉으로 헬렌 메릴과 [Helen Merrill & Clifford Brown]를 발표 한다.

84. Sarah Vaughan (사라 본) - [Crazy And Mixed Up] (Pablo, 1982)

엘라 피츠제럴드가 활동 기간 내내 일정 수준 이상의 앨범을 발표했다면 사라 본은 조금 기복이 있었는데 후반기 이를 헤쳐 나가는 곳이 노만 그랜츠가 이끄는 파블로 레이블이다. 사라 본은 좀 더 자신의 의도대로 작업을 하고 싶어 직접 프로듀서를 맡아 조 패스(기타), 로랜드 한나(피아노), 앤디 심프킨(베이스), 해롤드 존스(드럼)와 함께 감정이 실려 있는 노래를 들여 준다. 사라 본을 중심으로 멤버 모두 타고난 스윙감을 바탕으로 각자 솔로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연주가 환상적이다. 감미로운 'That's All'과 의외의 템포로 시작부터 스캣이 작렬하는 'Autumn Leaves'는 필청 트랙이다.

85. Sonny Clark (소니 클락) - [Cool Struttin'] (Blue Note, 1957)

인상적인 주선율, 감각적인 앨범커버, 조화로운 멤버 구성. 블루노트 앨범이 갖춰야할 모든 조건을 지닌 소니 클락의 대표 앨범. 무겁지 않은 아트 파머의 트럼펫, 찰리 파커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재키 맥린의 날렵한 알토 색소폰, 그리고 담백한 소니 클락의 피아노는 언제 들어도 경쾌하다. 모던 재즈를 어렵게 느끼는 감상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타이틀 곡 'Cool Struttin''’은 언제 들어도 경쾌하다. 발표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 일본에서의 인기로 재조명을 받은 앨범으로 후반에 등장하는 폴 채임버스의 짧은 보우닝 솔로도 놓치지 말자.

86. Sonny Rollins (소니 롤린스) - [Saxophone Colossus] (Prestige, 1956)

재즈를 대표하는 악기 색소폰, 그 중에서도 묵직한 톤으로 남성미를 발산하는 테너 색소폰 연주는 언제 들어도 감상자를 매료시킨다. 존 콜트레인과 함께 모던 시대 테너를 이끈 소니 롤린스는 이른 데뷔로 선배들의 뒤를 이으며 50년대 테너 색소폰의 간판주자로 활약한다. 비록 슬럼프가 몇 번 있고 60년대에는 존 콜트레인의 앞 서 나아가지만 그가 50년대 보여준 연주는 지금도 감상 1순위이다. 그 중심에 [Saxophone Colossus]가 있다. 버진 군도의 섬 이름이기도 한 대표곡 'St. Thomas'는 서인도 제도의 혈통을 지니고 있는 소니 롤린스에게 딱 맞는 곡이다.

87. Sonny Rollins (소니 롤린스) - [Way Out West] (Contemporary, 1957)

마른 선인장이 뒹구는 황량한 서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 모자에 총 대신 테너 색소폰을 기관총처럼 잡은 소니 롤린스의 모습이 무척 이색적인 앨범이다. 기인 같은 행동으로 잠적을 하기도 하지만 소니 롤린스는 연구하고 연습하는 자세를 한 시도 잊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하드밥 주자로 구분하지만 [Way Out West]를 들어보면 편성과 멤버에게서 느끼는 것도 있지만 경쾌한 웨스트코스트 정취가 전해진다. 셀리 맨(드럼)과 레이 브라운(베이스)이 조화를 이룬 흔치 않는 색소폰 트리오 앨범이다. 그리고 재즈 전문 사진작가로 유명한 윌리엄 클렉스톤의 유머스러운 사진이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검은색의 'Sonny Rollins'가 힘을 받쳐주고 있다.

88. Sonny Rollins (소니 롤린스) - [A Night At The Village Vanguard] (Blue Note / 1957)

색소폰이 리더인 앨범의 가장 일반적인 편성은 피아노 트리오를 중심으로 한 쿼텟이나 퀸텟이다. 색소폰 트리오는 피아노가 빠져 있어 연주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소니 롤린즈는 트리오 편성을 오히려 자신의 연주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 같은 해 3월 L.A.에서 녹음한 [Way Out West]와 함께 본작에서 멋진 트리오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빌리지 뱅가드 클럽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녹음 상태도 매우 뛰어나고 월버 워, 도널드 베일리(베이스)와 엘빈 존스, 피트 라로카(드럼) 두 조합도 색다르다. 이후 색소포니스트들이 극복해 나아가야 할 트리오의 모델이 된다.

89. Sonny Stitt (소니 스팃) - [Kaleidoscope](Prestige, 1950~52)

소니 스팃은 찰리 파커와 레스터 영에게 영향을 받았고 빼어난 기량을 가진 색소포니스트이다. 40년대 후반 찰리 파커 못지않은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악기를 알토에서 테너로 바꾸게 된다. 마침 약물로 고생을 하다 복귀한 시점에 알토 색소폰은 찰리 파커 천하였기에 갈등 없이 주 악기를 테너로 바꾼다. 이 모험은 성공하여 바로 테너 색소폰의 주요 연주자로 등극한다. 본 작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 주듯 알토, 테너, 바리톤 색소폰 모두 연주한다. 넉넉한 스윙을 바탕으로 빅밴드를 능가하는 혼 사운드를 들려준다.

90. Stan Getz & Joao Gilberto (스탄 게츠 & 조앙 질베르토) - [Getz/ Gilberto] (Verve, 1964)

‘새로운 움직임’이라는 보사노바는 당시 (쿨)재즈의 새로운 돌파구 역할을 하며 이름에 걸 맞는 새로움을 선사한다. 이미 50년대부터 남미 음악은 여러 방식으로 들어왔지만 브라질에서 1958년에 시작된 보사노바 움직임은 여러 재즈 연주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모든 곡을 만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작사 -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과 보사노바의 소박한 느낌을 만들어낸 기타와 노래의 조앙 질베르토, 그리고 테너 색소폰으로 방점을 찍은 스탄 게츠, 완벽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첫 곡 'The Girl From Ipanema'는 재즈 초심자의 안내 곡으로 수없이 많은 버전을 가지고 있다. 본작은 1965년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로 선정되기도 한다.

91. Stan Getz & Kenny Barron (스탄 게츠 & 케니 바론) - [People Time] (Verve, 1991)

스탄 게츠가 사망하기 3개월 전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클럽에서 피아니스트 케니 배론과 가진 듀오 앨범으로 그의 유작이다. 어쩔 수 없이 호흡이 딸리는 등 연주에서 안타까운 장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처연하고 비장한 느낌이 전면에 흐른다. 많은 재즈 팬들에게 사랑받는 찰리 헤이든 작곡의 'First Song (For Ruth)'과 비브라토가 거친 리 모건의 추모곡 'I Remember Clifford'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다. 50년대 모던재즈의 산증인이자 보사노바로 대중적 사랑도 받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낭만파 색소포니스트의 마지막 모습으로 이보다 더 극적인 연주는 없을 듯.

92. The Quintet (featuring Charlie Parker) - [Jazz At Massey Hall] (Debut, 1953)

캐나다 토론토에서 1953년 3월 15일 연주실황이 녹음된 역사적인 앨범. 찰리 파커와 그의 동반자이자 유쾌한 트럼페터 디지 길레스피, 비밥 시대 넘버원 피아니스트 버드 파웰, 전설의 베이스 찰스 밍거스, 그리고 드러머 맥스 로치까지 더 이상의 라인업이 없을 화려한 드림팀이다. 거기에 더해 재즈 연주자라면 누구나 연주하는 스탠더드 'All The Things You Are'와 디지 길레스피의 명곡 'A Night In Tunisia' 등이 수록되어 있다. 라이브의 현장감과 그들의 역동적인 라이브가 고스란히 음반에 녹아있다.

93. Thelonious Monk (델로니어스 몽크) - [The Genius Of Modern Music Vol. 1] (Blue Note, 1947~48)

델로니어스 몽크의 유니크한 스타일은 이미 이때 완성되었는데 1951년까지 녹음한 것을 모은 [The Genius Of Modern Music Vol. 2]까지 들으면 비범한 작곡과 독특한 멤버 구성 등을 '몽크 뮤직'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평생에 걸쳐 연주하고 녹음한 'Round Midnight'의 첫 레코딩(1947년 11월 5중주)이 본작에 실려 있다. 당시 블루노트의 설립자 알프레드 라이온은 몽크의 연주를 좋아해 그에게 녹음 기회를 많이 주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 몽크는 블루노트를 떠나 프레스티지와 리버사이드 레이블에서 주요작들을 발표한다. 기존의 스윙, 비밥의 문법과는 전혀 다른 그만의 접근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94. Thelonious Monk (델로니어스 몽크) - [Brilliant Corners] (Riverside, 1957)

델로니어스 몽크-오린 킵뉴스(프로듀서) 콤비가 함께 일구어낸 리버사이드의 걸작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명작. 소니 롤린스는 1954년 [Thelonious Monk Quintets], 1955년 [Thelonious Monk & Sonny Rollins]에 이어 세 번째로 몽크 세션에 참여하고 있다. 앨범의 리더로서 델로니어스 몽크의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는데 그는 즉흥적으로 피아노와 첼레스타를 번갈아 연주했으며, 맥스 로치에게는 팀파니 연주를 요구하고 녹음 도중 베이시스트를 교체하는 등 리더로서 역할을 못했다. 그러나 그의 완고함과 기이함은 역량 있는 세션들에 의해 팽팽한 긴장으로 살아났고 50년대 가장 찬란한 순간을 만들었다.

95. Thelonious Monk (델로니어스 몽크) - [Monk's Music] (Riverside, 1957)

델로니어스 몽크는 멤버를 확대하지 않는 편인데 본작에서는 콜맨 호킨스, 존 콜트레인, 지지 그라이스, 아트 블래키 등 말 그대로 쟁쟁한 연주자들을 대거 불러 모은 규모가 큰 녹음이다. 매끄럽고 아름답게 연주하기보다는 둔탁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건반으로 들려주고 또한 작곡으로 구현해 내고 있다. 경건한 'Abide With Me(나와 함께 해주소서)'로 시작하지만 'Well, You Needn't’ ‘Ruby, My Dear'가 바로 몽크의 연주임으로 보여준다. 멤버들이 일사분란하게 뭉치고 흩어지는데 철저히 몽크의 음악만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96. Wayne Shorter (웨인 쇼터) - [Speak No Evil] (Blue Note, 1964)

아트 블래키와는 재즈 메신저스에서 하드 밥의 명연을, 마일즈 데이비스와는 전통적인 연주와 퓨전의 시작을 알리는 실험성 충만한 연주를 남긴 이가 현존하는 살아있는 전설 웨인 쇼터이다. 1971년에는 조 자비눌과 일렉트릭 퓨전 밴드 웨더 리포트를 결성하는 등 재즈 뿐 아니라 록그룹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 앨범은 마일즈와 함께 할 당시의 녹음으로 극도로 집중되어 있는 연주를 만날 수 있는 명반이다. 존 콜트레인의 영향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실제 연주는 마일즈 데이비스 2기 퀸텟 멤버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Yes Or No' 같은 곡은 콜트레인의 연주로 착각할 정도이다.

97. Weather Report (웨더 리포트) - [Heavy Weather] (Columbia, 1977)

조 자비눌과 웨인 쇼터가 만든 퓨전 그룹 웨더 리포트의 주요작으로 허비 행콕의 추천으로 중간에 참여한 베이시스트 자코 패스트리우스의 역량이 살아 있는 명반이다. 신기에 가까운 그의 플랫리스 베이스 연주는 지금 들어도 넘볼 수 없는 연주이다. 당시 퓨전 그룹들이 일렉트릭 사운드를 강조하기 기타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웨더리포트는 기타 없이 색소폰과 베이스에 좀 더 집중한다. 건반의 조 자비눌이 만든 'Birdland'는 재즈 팬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곡으로 탄탄한 구성력과 경쾌한 리듬감이 탁월하다. 이후 가사를 더해 맨해튼 트랜스퍼의 보컬 앙상블로도 히트를 한다.

98. Wes Montgomery (웨스 몽고메리) - [Incredible Jazz Guitar] (Riverside, 1960)

옥타브 차이가 나는 같은 음을 연주하는 옥타브 주법을 웨스 몽고메리가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부드러운 옥타브 기타 연주를 들으면 몽고메리를 떠올린다. 이 앨범은 몽고메리가 버브로 옮기기 전 명반을 쏟아내던 리버사이드 시절의 대표 앨범으로 토니 플라니건이 피아노를, 히스 형제가 드럼과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다. 소니 롤린스의 'Airegin'을 시작으로 몽고메리의 화려한 기타 플레이가 빛을 발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감상자를 사로잡은 것은 하얀 셔츠에 분신과 같은 깁슨 풀할로우 바디 기타를 메고 어느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시선이 아닐까 한다.

99. Wynton Kelly (윈튼 켈리) - [Kelly Blue] (Riverside, 1959)

버드 파웰과 델로니어스 몽크 이후 하드 밥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를 꼽으라면 윈튼 켈리가 가장 먼저 거론되어야 할 것이다. 레드 갈랜드, 오스카 피터슨, 바비 티몬스 등이 있지만 리듬감 있는 연주와 명료한 음색, 그리고 흑인의 소울이 느껴지는 작곡은 윈튼 켈리가 앞 서 있다. [Kelly Blue]는 그의 대표작으로 하드 밥 뮤지션들 중에서도 최상의 실력을 지닌 이들(냇 애덜리, 베니 골슨, 바비 재스터, 폴 채임버스, 지미 콥)이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복되는 멤버가 있기도 하지만 21일 후에 녹음되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Kind Of Blue]와 유사한 점을 찾아 보는 것도 재미.

100. Wynton Marsalis (윈튼 마샬리스) - [Wynton Marsalis] (CBS, 1981)

재즈계의 명문가인 마살리스 가문의 대표주자 윈튼 마살리스의 첫 리더작. 어릴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듣던 그는 어린 나이에 1살 위 형 브랜포드 마살리스(색소폰)와 하드밥의 전설인 아트 블래키 재즈 메신저스에서 연주를 한다. 재즈계의 트럼펫 계보가 마일스 데이비스-프레디 허바드에서 윈튼 마살리스로 넘어오는 장면으로 그 영광스런 시작이 본작이다. 드라마의 완성은 역시 앨범의 참여한 멤버들인데 친형 브랜포드를 제외하면 모두 마일스 데이비스 2기 퀸텟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80년대 재즈 전설들의 화려한 재기와 블루노트 레이블의 재창립이 있게 한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출처: 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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