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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하라의 빈소가 마련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내 영정. |사진공동취재단
부양 의무를 게을리한 부모는 공무원 유족 연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공무원 구하라법’이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비공무원들에게도 유사한 상속 체계가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회와 법무부에선 부양의무를 게을리한 부모를 상속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시킬지, 재판을 통해 상속권을 박탈시킬지 두가지 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개정안은 크게 두가지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상속 결격 사유를 규정한 민법 1004 조에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자’를 추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같은 당 신영대 의원의 ‘상속권 상실선고제’ 도입안은 상속인 자격 여부를 재판을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두 안을 놓고 찬반 의견이 갈린다.
법무부는 법적 안전성과 형제나 자매의 상속 권한 등 다른 가족관계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상실선고제 도입안이 낫다고 보고 이미 2011 년 이 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검사와 판사 등 법조계 인사로 꾸려진 법무부 TF 에서도 상실선고제 안을 주력해서 보고있다.
상실선고제가 낫다는 쪽은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자’라는 서 의원 안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주관적 요소가 개입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
또 이혼 후 타의적으로 부양을 못한 경우에도 곧바로 상속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부양 의무가 없는 형제·자매나 사촌의 경우엔 조건 없는 상속이 가능한 것과 비교해 유독 부모에 대해서만 부양 의무를 가지고 상속 자격을 문제 삼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결격 사유를 못박지 않고 재판에서 개별 판단을 받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 안을 지지하는 쪽은 ‘부양의무’ 의미나 ‘현저히 게을리’라는 용어의 추상적인 부분은 향후 법원에서 판례가 축적되면 범위나 정의가 확립될 수 있다고 본다.
윤석희 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지난달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상속결격과 상실선고제로 인한 상속권 상실은 효과는 같지만 입증 책임 면에서 차이가 있다”며 “결격 사유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상실선고제가 도입되면, 고 구하라씨 오빠와 같은 피상속인 가족들이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친부모가 상속 권한이 없다는 점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반대로 상속 결격 사유에 ‘부양의무’ 여부가 도입되면 친모가 구하라씨 오빠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이겨야만 상속 받을 수 있어 정의의 관념에 부합하다는 주장이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법사위의 의견조회에서 대한변협·여성변회·서울변회가 서 의원안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부양 의무를 게을리 한 부모의 상속 자격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 방식도 두가지로 나뉜다.
일본과 스위스는 신 의원 안과 같이 법원에서 상속권 박탈 여부를 판단받도록 하고 있다.
이 중 일본은 상속인의 ‘부양 의무’를 민법에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유류분을 가진 부모 등이 상속 자녀에게 학대 및 모욕을 가했거나 현저한 비행이 있을 때 법원에서 상속권을 박탈 받을 수 있게 했다.
반면 미국 23 개 주는 주법에서 의원 안과 같이 부모의 부양의무 해태를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유언장 없이 1996 년 피격 사망한 미국 래퍼 투팍이 사망했을 당시에도 자신을 키운 친모와 부양 의무를 지지 않았던 친부 간 투팍의 유산을 놓고 법적 소송이 진행됐다.
자녀와의 지속적 관계와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입증하도록 한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투팍 생전 쓴 양육비가 820 달러(약 90 만원)에 불과한 친부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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