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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박 시장에게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피소 사실을 알고 있던 청와대와 경찰 모두 "서울시 측에 알린 바 없다"며 부인하며 유출 경로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피소 사실 누가 유출했나
 
 
14일 경찰과 고소인 측에 따르면 고소인 A씨는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다음날인 9일 오전 2시30분까지 1차 진술조사를 받았다.

박 시장이 갑작스레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관사를 나선 시점은 9일 오전 10시 40분 쯤이다. 박 시장이 피소 사실을 파악하게 된 시점은 8일 오후와 9일 오전 사이인 셈이다.

경찰은 8일 저녁 청와대에 박 시장의 피소 관련 보고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와대와 경찰은 모두 피소 사실을 박 시장 및 서울시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의 경우 해당 수사 라인 간에만 전달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서울시 측에 해당 내용을 전달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소속인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지만, 서울시는 보고 체계에 포함돼있지 않아 연락 자체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역시 피소 사실을 박 시장이 잠적한 9일 당시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입장이다. 누군가는 유출했지만 정보를 쥐고 있던 경찰, 청와대, 서울시 모두가 유출 사실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전날 의혹 전말을 폭로한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은 본격적인 수사 시작도 전에 증거 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다른 경로 유출 가능성도…
 
 
물론 박 시장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을 다른 경로로 사전에 파악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12일 1차 상담에 나섰으며, 같은 달 26일 2차 상담에 나선 뒤 구체적인 법률 검토에 나서게 됐다.

A씨에 따르면 박 시장이 보냈다는 음란문자나 사진 등을 A씨의 친구들이나 동료 공무원이 직접 목격한 적도 있다. A씨는 서울시 측에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며 부서 이동도 신청했다. A씨의 핸드폰도 사적으로 포렌식을 진행한 바 있어 다른 경로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경찰은 먼저 A씨에 대한 2차 가해 관련 고소에 대한 수사를 집중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A씨의 담당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를 향해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2차 가해에 대해 추가 고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정보가 샜다면 이는 2차 가해로 처벌 대상"이라면서 "관련 수사 사항을 지켜보고 대응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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