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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별의 폭과 깊이

 

영혼의 강은

속을 알 수 없는 소용돌이를 간직하며

한낮의 기슭 빛바랜 바윗덩이에

자디잔 물거품을 거듭 토해낸다

 

옛 것을 지키고 싶은 소망에 우는

희푸른 돌가슴일까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우는

검푸른 돌부리일까

 

점 점 점 심하게 소용돌이치며

몸부림치며 넘어지는 물결 속에

이별의 폭과 깊이를 더해 가는

휴일날 오후의 사람들은

 

아득한 저녁 강물소리에 젖어든다

깊고 넓은 음역을 향하여

낮은 시간의 지느라미 따라 물결치며

영혼의 강줄기를 따라 느리게 흐르는 첼로

 

허공을 스쳐가는 활 끝 마다

슬픔의 빛이 바깥으로 휘어 퉁그러지고

아픔의 비가 주룩 주룩 얼굴을 타고 내려

이별은 지금 어디쯤 서있는가

 

철로 위에 비스듬히 세워둔 첼로

가을산의 희미한 그림자가

휑그레한 저녁 들판 마른 수수밭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의 춤을 춘다

 

작가: 이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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